알프스 Alps/돌로미테 Dolomite(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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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테 여행기 #6. 로카텔리 산장의 별 헤는 밤 Ⅳ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코르티나 담페초 > 드라이친넨 호텔 > 로카텔리 산장 소지품을 점검했다. 우선 손에 들고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주머니 속에도 아이폰과 돈 몇푼이 전부였다. 돈이야 얼마가 있건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만큼 쓸모 없는 물건도 없었다. 옷은 그래도 두껍게 입고 왔다. 로카텔리 산장을 떠날 때, 비가 오기 시작해 입고 온 일회용 우비, 그 속에는 얇은 패딩 재킷과 속 잠바까지 입고 있었다. 조금 움직이면 더워서 옷을 벗어야 했고, 조금만 멈춰서 쉬면 금새 추워져 옷을 다시 껴입어야 했다. 너덜너덜해진 일회용 우비는 이미 입을 수 없을 정도로 걸레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아무데나 버리면 안되기에 주머니 속에 잘 넣어 놓았다. 아까 산장 출발하면서 초코바라도 몇 개 ..
2015.02.18 -
돌로미테 여행기 #5. 로카텔리 산장의 별 헤는 밤 Ⅲ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코르티나 담페초 > 드라이친넨 호텔 > 로카텔리 산장 via ferrata 한국어로 굳이 번역하면 '철의 길'이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군부대가 움직이기 위해 돌로미테 산악 지형에 길을 텄다. 바위에 철심을 박고, 절벽에 사다리를 설치하고, 막힌 곳은 굴을 뚫었다.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아직까지 남아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 애시당초 그들이 만들어졌던 목적 자체는 이제 의미를 잃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방문하고 그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한편, 단지 취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곳을 방문한다. 직접 비아 페라타를 가보면 알겠지만 난이도가 상당하다. 암벽을 오르내리는 것은 기본이고, 때로는 철심 하..
2015.02.16 -
돌로미테 여행기 #4. 로카텔리 산장의 별 헤는 밤 Ⅱ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코르티나 담페초 > 드라이친넨 호텔 > 로카텔리 산장 로카텔리 산장은 돌로미테의 산장 중에서도 꽤나 유명하다. 돌로미테의 상징과도 같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의 모습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산장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출과 일몰 때 햇빛에 반사되는 거대한 침봉의 신비로운 색의 변화는 정말이지 경이롭고 장관이다. 밤새 은회색 빛으로 어둠 속에서도 그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던 침봉들은 해가 서서히 뜸에 따라 그 몸뚱아리가 뻘겋게 타오른다. 해가 어느 정도 떠오르게 되면 그 몸도 다 익은 듯이 누렇게 변했다가 조금씩 핏기가 빠진 채 하얀 거죽만 남겨 놓는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 장관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로카텔리 산장의 운영자인 Hugo가 자랑..
2015.02.04 -
[여행 TIP] 돌로미테 파헤치기 #1. 책
'돌로미테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라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지적하자면 틀린 말이다. '한글로 된 돌로미테 정보가 부족하다.'가 맞는 말이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널린 게 정보다. 영어, 이태리어, 독일어로 된 돌로미테의 정보는 정말 방대하다. 언어가 안된다고 포기하는가. 구글 크롬의 번역 기능을 쓰면 간단히 해결된다. 돌로미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즈음 잘못된 정보로 인해 여행을 망치거나 포기하는 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본 포스팅을 기획했다. 그들의 돌로미테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돌로미테 파헤치기 첫 번째 주제는 '정보를 어떻게 얻는가'이다. 제목에서 봤듯이 '책'이다. 물론 인터넷 검색을 빼면 안 되겠지만,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방법이라 제외한다. 돌로미..
2014.08.20 -
돌로미테 여행기 #3. 로카텔리 산장의 별 헤는 밤 Ⅰ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코르티나 담페초 > 드라이친넨 호텔 > 로카텔리 산장 폭우가 온다는 소식에 짐이 배낭 한가득이었다. 출발 할 때만 하더라도 찌뿌둥하던 하늘이 기껏 우비 챙겨 입고 트레킹을 시작하니 게이기 시작했다. 물론 날씨가 좋아져 다행인데 이놈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괘씸하기만했다. 드라이친넨 호텔에서 로카텔리 산장까지 거리 10km, 고도 900m를 올라야 하기에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트레킹을 포기한 일행 중 일부는 오론조 산장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 로카텔리 산장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예정이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우리가 가야 할 골짜기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에 우리의 목적지가 있다고 일행에게 알려드렸다. 힘찬 파이팅과 함께 출발한 우리는 얼마 못가 다들 멈춰 섰다. 아까도 ..
2014.08.19 -
돌로미테 여행기 #2. 그 곳에 야생화가 있었다, 피아자 산장
2014년 7월 4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코르티나 담페초 > 치마반체 고개 > 피아자 산장 > 치마반체 고개 > 코르티나 담페초 호텔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내 눈을 간지럽혔다. 간지러운 느낌에 눈을 떠보니 이미 아침 여섯 시. 잠시 멍하니 침대에 걸쳐 앉아 여기가 어딘지 고민해보았다. 그래, 여기는 폭우가 온다던 코르티나 담페초다. 일기 예보대로라면 오늘부터 뇌우를 동반한 비바람이 이곳을 강타할 것이다. 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밖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방을 나서자마자 서늘한 아침 공기가 내 몸을 감싸는 게 바로 느껴졌고, 이내 청량한 공기가 내 폐 가득 들어찼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뚜렷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오늘 날씨가 맑을 거라는 신호를 주고 있었다. ..
201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