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 여행기 #1. 돌로미테 힐링 트레킹, 여행의 서막

2014. 8. 18. 13:47알프스 Alps/돌로미테 Dolomite

  최근 들어 돌로미테가 조명을 받고 있다. 기뻐해야 할 일이 분명한데 걱정부터 앞선다. 이 아름다운 동네에 우리가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유명해지는 만큼 많은 한국인이 방문을 할 것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말 걱정이 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과연 올바르고 앞서가는 관광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관광지에서 도덕적인가. 대부분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산을 등산하는 분들은 알고 있으리라 본다. 곳곳의 쓰레기, 음식 찌꺼기, 고성방가, 자연훼손 등은 아직도 만연하다. 우리나라에서 하던 버릇이 해외 나간다고 없어지겠는가. 개뿔도 어림없는 소리. 오히려 당당하다 그런 몇몇들은. 꽃을 가지째 부러뜨리며 들어 올리고는 예쁘게 인증샷 찍고, 정상 올라서서 야호 우렁차게 외쳐주신다. 음식 찌꺼기는 썩으니 괜찮다며 아무 데나 집어던지고, 가끔씩 얼굴 붉어질 정도로 민망하게 한국어가 적힌 과자 봉투가 발 밑에 버려져 있다. 생각해보자, 위 행동들이 왜 잘못되었는지.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제각기 꽃을 한 가지씩 꺾는다고 치자. 나 하나쯤은 괜찮다고? 그래, 당신 하나쯤 이 세상에 없어도 되겠냐고 묻고 싶다. 산에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얌전히 지내는 그들을 소리 지르며 놀라게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메아리에 그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산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다. 또한 그들만의 생태계가 있고,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찌꺼기를 먹은 동물들은 점차 야생성을 잃어 사냥하는 법을 잊어버려 결국 인간이 주는 음식 찌꺼기만 기다리게 된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특히나 유럽의 산을 가게 되면 이러한 행동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Leave no trace'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일명 '흔적 안 남기기' 운동이다. 자연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지침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운동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를 남기니 확인해보기 바란다.
 >Wikipedia 'Leave No Trace' 바로 가기
 >Naver 지식백과 'LNT 지침' 바로 가기

  이미 몇 산장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추태로 말미암아 이미지가 안 좋아진 곳이 몇 군데 있다. 이런 소수의 행동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고 우리는 항변하겠지만, 이미 그들은 우리를 차별한다. 동양인이라서, 피부색이 달라서가 아니다. 일본인 접대하는 것과 우리를 접대하는 것에서 많은 차별이 있다. 왜 그런지는 우리들의 행동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겠으니 이 글을 보게 되면 제발 유럽 산장에서 이를 지키고 따르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주길 부탁드린다. 산장 내부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입구를 들어서면 신발을 신고 갈 수 있는 곳은 보통 화장실과 식당까지 만이다. 객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계단부터는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거나 신발 없이 다녀야 한다. 대부분의 산장은 목조 건물이라 신발을 신고 계단이나 복도를 거닐면 소리가 크게 울린다. 한마디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 당연히 신발을 벗고 조용히 다녀야 한다.

  몇 가지 더 추가해본다.
- 취침 시간에는 실내등 사용 자제. 개인 랜턴을 이용하되 빛이 자는 사람의 얼굴을 향하지 않게 한다.
- 공동 샤워실, 화장실 사용 후 뒷정리는 깔끔히. 특히 바닥을 흥건히 적셔 놓고 누군가 당연히 닦겠거니 내버려 두고 가는 분들 많다. 당신의 수건으로 바닥 한 번 닦는데 걸리는 시간? 1분도 안 걸린다.
- 음식 냄새. 특히 김치 냄새. 해외까지 나와서 꼭 드셔야 하는지. 몇 년도 아니고, 단 며칠 참기가 그리 힘드신지. 정말 가져와야겠다면 볶아서 국물을 빼면 냄새가 빠지니 참고하시길. 우리가 암내에 민감하듯 우리는 그들에게 김치 냄새, 마늘 냄새 풍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이 나는 너무도 편안했다. 시원한 공기, 청량한 바람, 푸른 하늘, 새하얀 구름 그리고 해발 1,200m에 위치한 산악도시 코르티나 담페초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암릉의 장막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대자연 앞에 너무도 초라하고 작아지지만 그 속에서 너무도 평안함을 느꼈다. 좋다. 여기 온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었다.

  코르티나 담페초와 연을 맺은지 3년째, 찾아온 횟수만으로도 벌써 10번째이다. 혼자 온 적 없고, 항상 트레킹 팀을 이끌고 왔으니 호텔, 레스토랑 사장들이 나를 반기는 게 당연할 만도 하다. 이번에는 특별한 팀을 모시고 왔기에 준비 단계에서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한국 단체 손님들의 제일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음식. 최대한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제때에 한국 음식 생각 안 나게끔 챙겨 드리는 게 최종 목표다. 준비한 만큼 되리라는 법은 없지만, 별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이번 행사의 정식 타이틀은 '헬스조선 돌로미테 힐링 트레킹'이다. 명의 이홍식 교수님과 헬스조선 인솔자 김주호 대리님, 그리고 나를 포함해 총 23명이다. 어찌 보면 적어 보이지만 여기 오기에는 상당히 큰 규모다. 특히나 산장에서 숙박을 하는데 이 인원이라면 여간해서는 예약조차 하기 힘들다. 다행히 산장 주인들과 안면을 튼지 오래라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이태리 사람들도 반도 사람 특유의 정서가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과 잘 통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반도 기질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다른 유럽 지역 사람들보다 이태리 사람들이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건 사실이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코스보다는 쉬운 일정이지만 인원이 많아진 만큼 트레킹 가이드로서의 임무가 막중함을 느끼고 있었다. 헬스조선 김주호 대리님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훗날 알게 되겠지만 김주호 대리님과 나는 여행이 끝나갈 때 즈음, 몸 성한 곳 하나 없이 끙끙 앓고 있었다. 고생 꽤나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재미있게 잘 지냈다. 이 자리를 빌려 김주호 대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손님들 챙기랴, 나 챙기랴(?), 짐 챙기랴, 정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한국에서 밤늦은 시간 출발해 두바이를 경유하고 코르티나 담페초에 늦은 오후에 도착했다. 우리는 다음 날부터 시작될 트레킹 일정에 한껏 고조돼있었다. 다음 날 목적지는 피아자 산장. 산장 앞 넓게 퍼져있는 푸른 초지와 노오란 야생화가 인상적인 멋진 트레킹 코스다. 본격적인 트레킹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 베니스까지 우리를 태워 갈 air-bus

 

▲ 두바이 공항에서 가진 첫 모임 

▲ 헬스조선 김주호 대리님


▲ 두바이 공항 면세점


▲ 코르티나 담페초, 우리가 묵은 호텔 Hotel Franceschi